내가 D&D 번역을 하는 이유

1. 재미있어서
 다른 재미있는 일이 많다면야 이 걸 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게임은 심드렁해진지 오래고, 운동에 딱히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D&D 책 읽는 건 재미있고 번역을 해보니 이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구요. 원래 영어를 잘 못하지만 계속 붙잡고 있으니 조금이지만 실력도 늘어가는게 느껴지니까 더 좋습니다. 초반과 비교하면 확실히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지요.

2.시간이 없어서
 사실 가장 걸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딱히 RPG를 하고 있지 않다는거죠. 시간이라는게 애매해서 짬짬히 1시간 정도는 나는데 하루 저녁을 통으로 RPG를 할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가족에게 RPGer라는 것을 커밍아웃 하지 않은 탓도 크고요.. RPG에 대한 관심은 관련자료를 읽는 것으로 풀 수 밖에 없는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이렇게 읽은 부분을 한글로 옮겨두는것이지요.

3. 영어가 딸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제가 열중하고 있는 D&D 4e는 사실 번역이 크게 필요없을지도 모릅니다. 많은분들이 D&D 영어는 쉽기 때문에 번역이 필요없고,이 정도 영어도 못하면 rpg를 하기보다는 영어공부에 치중하는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그리고 RPG라는게 소수의 취미이고 진입장벽이 높으므로 이 정도의 허들을 못넘으면 어차피 롱런 유저는 되지 못하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라고 하십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D&D클래식 책을 처음 사던 날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한달 5000원하던 용돈을 모아서 반년만에 D&D 책을 읽어보던 날은 정말 최고였지요. 그게 쉽더라도 영어 원서였다면 아마 대학생은 되어서야 그 것을 샀을 것 같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쉽게 D&D에 접근한다면, 이들이 나중에 영어실력을 기르던지 아니면 애정이 높아지던지 꾸준한 RPG인으로 남을 가능성도 분명 있다는 생각입니다.

4.초심자들을 위해서
 까일만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저는 초심자들이 RPG에 접근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책을 구매하는 것이 응당 옳지만 이들이 게임의 재미를 느끼고 꾸준하게 참여하게 하려면 뭔가 유인이 될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문자료의 경우가 이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때문에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불법적인 자료지만 이런 정보들로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라고 믿습니다. 또한 최근 시간을 들이고 있는 DMG 는 플레이어를 마스터로 양성하기 위해 좋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RPG 시스템이 그런건 아니지만 보통은 마스터의 양성이 rpg게임의 저변을 넓히는 관건이니까요.
불법이라는 건 알지만... 그것을 감수한만한 이득도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가지 않는 사이트에서 RPG번역을 하는 사람들은 중2병 걸린 사람들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군요. 어렵지도 않은 영어를 번역하면서  "나는 이정도로 우월해!"라고 자뻑하면서 오피셜도 아닌 번역 문구 가지고 옥신각신 하는게 우습다고... 실력이 있으면 돈 받고 일할 것이지...라던가
그리고 번역한 자료는 위저드 사에 신고를 해서 정발을 하던가, 처벌을 받게 하던가 해야 한다던가요?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뭔가 보상이 없이 이런 지루한 작업을 하지는 않겠지요. 다른 분들도 그렇구요.
적어도 뭔가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이정도의 공명심도 중2병에 해당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동호모임이라는 게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좋아서 하는 일이고 좋다는 것에는 여러 스펙트럼이 있겠지요.

계속 까였던 이야기이지만 RPG의 마이너 성향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계속 확장해보려는 시도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혹 그게 제자리 걸음에 지나지 않더라도 간략하고 편한 것만 찾는 세태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노력한 보상은 되지 않을 까 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선지자 망상에 사로잡힌 중2병적 생각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다른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정도는 건설적인 '중2병'에 해당되지 않을까 자기위안해봅니다.

RPG 번역 작업이 불법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 신고는 참아주시길 부탁드릴께요. 혹시 이런 걸로 누가 돈벌고 그러면 그때 좀생각해 봐 주세요.

by 케찰코아틀 | 2010/07/18 06:08 | D&D 4th | 트랙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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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nefos in Her.. at 2010/07/18 21:26

제목 : 생각없이 말을 전하는 사람은 누구냐
건네들은 이야기가 반은 정확하게 들어갔는데 반은 잘못 들어가는군요. 제가 직접 이야기한건 아니지만 당시 대화를 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기분이 나쁩니다. 기분이 나쁜 이유는 조용히 말도 없이 있다가 다른 사람 기분 상하게 전달해주는 분은 누구인가요. 그 때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하던지, 말할 분위기는 아닌데 기분이 더러우면 자기 블로그나 게시판이나 등등에 글을 쓰던가 해야죠. 자기가 당사자가 되는건 상관없지만 남 들으면 기분 나빠질수밖에......more

Commented by 생크림괭이 at 2010/07/18 14:37
케찰코아틀님 덕분에 가까운 시일안에 D&D4를 하려고 준비중입니다.

저는 주로 보드게임을 많이 하는 직장인인데요.
보드게임도 거의 대부분이 영어잖아요. 그래서 알게 된건데 영어사용 가능자도 막상 영어로 된 놀이는 거부감을 느끼더군요.

거기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소수고 게임진행하면서 다수의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물론 이분들도 어느정도 영어를 할 줄 압니다.)에게 설명해주면 진행은 더디고 점점 재미가 떨어지더군요.
하지만 한글 정식발매한 게임이나 한글화 패치를 붙인 게임은 재미도가 낮더라도 즐겁게 잘합니다.

D&D4도 케찰코아틀님이 한글화를 해주지 않았다면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거에요.
복잡한 보드게임보다 D&D가 10배는 복잡한 편이거든요.

지금 케탈코아틀님이 하시는 번역작업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TRPG 확장에 큰 공헌일지도 모르구요.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케찰코아틀 at 2010/07/18 22:56
RPG는 재미있는 놀이니까 꼭 시간 투자하신 만큼 즐거움을 얻으실 있으실 겁니다.

위저드사 홈페이지에서 D&D인사이더를 결제하시면 거의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합니다.
(약간의 돈을 내야하지만 팀원들 중에 한 명은 있는게 좋다고 봐요.)
번역본을 참고하시면 이해가 쉬우실거에요.

1~2달 안에 던젼마스터가이드가 완료되면 마스터링 하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EarthCrash at 2010/07/18 16:02
사실 오히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중2병이죠.
그냥 불법이라는 이유로 깠으면 모를까 그런 이유로 깠다는 것이 뒤집어보면 그 사람은 '아니 그 정도 영어도 못해? 그 따위로 영어도 못하면서 이걸 하겠다고?'라며 오히려 역으로 자기 영어실력을 잘난 척하는 것이 되겠군요.

근데 어디에서 그런 말이 나왔어요? 보통 그런 건수는 이전부터 다챗에서 나왔는데 저는 이 포스팅 읽고 '저 말은 한 사람은 누구일꺼다'까지 예상하고 찾아봤는데 다챗에서 못 찾겠더라고요. 모르는 RPG커뮤니티가 있었나...아니면 다챗 채팅창에서 나온 건가.

사실 저는 앞에서 예상했다는 그 '누구' 때문에 오래 전에 다챗에 발길을 끊었었거든요. 그 사람 주장을 읽다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나 할까요. 암튼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케찰코아틀 at 2010/07/18 22:59
딱히 누구를 짚어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오랜 기간 잘 지내왔던 곳이고 좋은 기억도 많지만... 방향성의 차이 정도만 있는 거니까..
그리고 nefos님 말처럼 그 자리에 있지 않은 이상 내용을 정확히 캐치할 수는 없는 게 맞지요.
그냥 제가 말하고 싶은 변명을 적어둔 것 정도라고 생각해주세요.

모임이라는 건 항상 성향이 있게 마련이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다른 곳을 찾는게 순리겠지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로가스트 at 2010/07/18 19:59
케찰님 번역은 지금 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빠서 나온 TR팀에서도 케탈님 번역을 프린트해서 파일해서 들고다니던걸요 (..) 그것도 두권 ㄷㄷ.
Commented by 로가스트 at 2010/07/18 20:00
거기서 원서 펴고 있던건 저뿐이었긴 하지만 (...)
확실히 4판 인구수 유입에는 상당히 공헌을 하시고 계십니다.
Commented by 케찰코아틀 at 2010/07/18 23:03
가장 최근 버젼은 오류를 많이 잡아내서 좀 낫지만 예전 것이라면..낯뜨거운 일이군요.

저는 책의 구입도 중요하지만 최근 위저드 사의 정책으로 보면 인사이더 결제 쪽으로 방향을 잡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일단 개념 잡고 인사이더 데이터 위주로 보강을 하는 식이죠.

물론 책의 풍부한볼륨 없이 데이터만 치중해서 생기는 문제도 배제할 수없지만요...ㅜ.ㅜ

Commented by 로가스트 at 2010/07/18 23:24
사실..... 이놈의 패치가 워낙 자주되고 제대로 하려면 인사이더 결제가 필요하다보니
책안사고 인사이더 결재하는게 나으니 4판은 (...)
Commented by 팽귄 at 2010/07/22 01:06
저도 좁은 우물에서 놀지만 케찰님 번역을이 상당한 도움을 주고있습니다
저가 1년도 전에 이 룰북을 처음본것같은데
이 룰북으로 시작하는 플레이어를 벌써 20명도 넘게본것같내요 :)
Commented by ㅇㅇ at 2010/07/25 02:53
번역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었지만
번역덕분에 그사람들의 지갑을 봉인됬죠.
특히 DnD유저들은 번역때문에 '사는사람만 사는'분위기가 된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어요. 실제로 책 3.5 4th포함 10권이상 들고잇는사람이 잘없잔아요.
물론 4th는 책산사람을 엿먹이는 미친 에라타가 아닌 말그대로 PATCHWORK를 하고있으니 -_- 책사는거보다야 인사이더 이용하는게 돈도 아끼고 편한ㅇㅇ


뭐 어찌됬든 저도 RPG책을 50권에서 멈춘지 오래됬고 4th룰북도 작년이후로 안사고 인사이더만 쓰는형편이지만 번역덕분에 RPG팀만들기 편한건 사실
Commented by 케찰코아틀 at 2010/07/25 16:24
맞습니다. 그런 부분은 좀 문제이긴 하지요.
1명이 사고 말 물건을 100명에게 알려서 그 중에 2~3명이 사주면 좋겠지만..; 희망사항이고 목표일뿐..
그럼에도 번역본이 없다면 지금 불법번역본 쓰는 사람들이 다 책을 구매하고 게임을 즐기리라고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지금보다 활성화되면 뭔가 다른 방법이 생기겠지..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어가면 RPG 향유층의 레벨이나 이것이 지금보다 더 퍼지는게 가능한 문제인지, 번역본 유입 유저의 충성도 문제라던지 하는 지난한 문제가 다시 튀어나오겠지요.^^;

정답이 따로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 번역하는 쪽이 좋다고 결론을 내렸고 틈틈히 진행할 뿐입니다.
엘리트 순혈주의는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힌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as at 2010/08/01 09:28
저같은경우 번역본도 좋지만 책을 수집하는것도 좋게 느껴지더라구요
Commented by 문답무용 at 2010/07/30 14:06
아무도 안 쓰는 제 에버론 번역보다 클래스 번역이 쓰임새는 많다고 생각되네요(...).
Commented by 케찰코아틀 at 2010/07/30 22:12
문답님 에버론 번역을 보고 좀 관심이 많이 갔었는데..여건이 안따라줘서요..ㅎ
기회가 되면 에버론 해보고 싶어요.
Commented by gaesol at 2014/02/21 17:27
d&d 3.5가 4보다 재밌어보이던데 3.5는 할 계획 없으신지..
Commented by 메루루 at 2014/09/05 16:22
케찰코아틀님이 아니였으면 디엔디를 제대로 플레이 해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덕분에 접근할 수 있었고 부족하지만 이제 제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되었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다람쥐과자 at 2017/05/05 05:09
컴퓨터 게임인 발더스게이트 입문해서 번역하신 자료는 설정 참고용으로 보고있습니다
본 TRPG 는 하지 않지만 자료는 매우 유익하게 사용하고 있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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